좋은 시

다음 생에

시인묵객 2009. 12. 14. 00:14


 

 

 

 

 

 

 

 

다음 생(生)에    / 김 은 숙

 

 

 

 

 

다음 생(生)에 나

또 하나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네

 

말없이 한 곳에 자리해

땅 속 뿌리는 깊은 꿈으로 흐르며 더욱 낮아지고

 

내 몸 수줍게 뻗은 가지 몇몇은

크게 팔 늘어뜨려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는

 

때로 지나가는 소나기엔 온 몸 흔들리우며

넌지시 바람의 손잡아

 

한 몸으로 세상 적시는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비 그친 푸른 하늘 함께 올려다보며

 

욕심없이 맑은 얼굴 다시 또 씻는

아무 지닌 것 없으나

 

한 몸 고요히 푸른 꿈으로 맑아지며

넉넉한 산자락 한 귀퉁이 말없이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