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서정

시인묵객 2009. 11. 8. 09:46


 

 

 

 

 

 

가을 서정   /   이 문 주

 

 

 

 

잎새를 털어내는 나목들은 다음 생을 맞이하기 위해

땅속뿌리에다 자신을 갈무리 해 놓고

잠들 채비에 바쁜데

나는 잠들지 못한 눈으로

나목이 흘리는 눈물을 바라보고 있다

 

투명한 가을 하늘아래

투명하지 못한 마음으로 서 있으면서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똑 같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모두가 똑 같아지기를 꿈꾸는 것은 욕심

태어나면서 부터 다른 삶을 가지도록

운명의 강물은 다른 곳에서 흘렀을 텐데

뜨거움에 숨 쉬는 것마저 힘에 겹더니

고마운 가을바람이 불어오지만

마른 풀잎 스치는 소리가 어쩐지 두렵다

 

내 자리를 비켜나기 싫지만

계절은 나를 아랫목으로 옮겨 앉으라하고

어둠은 길어지는데 낮이 짧아져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작아진다

 

그 여름의 흔적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있는데

나보다 앞서나가는 가을은

성급한 생각으로 겨울을 알리고 있다

 

지난 시간을 잊을 수 없는 가슴은

안타까운 사연이 깃든 추억을 안고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