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숲에 핀 당신

시인묵객 2009. 10. 28. 22:27


 

 

 

 

가을 숲에 핀 당신 / 김 현 태

 

 

 

 

쓸쓸함을 옆구리에 끼고

가을 숲에 갑니다

 

당신과 더불어 뿌렸던 씨앗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자리에

당신 닮은 어여쁜 꽃 한 송이

수줍게 피었습니다

 

세월이란 이렇게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가 봅니다

 

꽃이 필 때까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내가

이제 와서

그 꽃의 주인이다 고 말할 순 없습니다

 

소나무, 수숫대 그리고

강물줄기가 그의 주인입니다

그의 친구입니다

 

그 꽃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

바람결에

흔들리는 저 꽃이

마치 당신의 숨소리 같기에

 

자꾸만 자꾸만

쓸쓸하게 뒤돌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