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는

시인묵객 2009. 10. 17. 10:00


 

 

 

 

 

 

 

나무는    /   류 시 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