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월의 소리

시인묵객 2009. 6. 9. 14:25


 

 

 

 

 

 


유월의 소리        /     박 종 영

 


 

초여름 논둑에서 웅성거리며

풀꽃 향기 일어서는 소리

물 논 써레질하는

황소 목에 달린 구릿빛 요령 소리

 

살구 노랗게 익어 가는 그늘에 누워

복동이 불어대는 버들피리 가락에

투닥 투닥 풋 살구 떨어지는 소리

빨갛게 불티나는 들꽃에 안기고 싶어

 

꽃방석 끼고 보채는 순이의 아양 소리

그렇게 분주한 소리 멀어지면

슬그머니 더운 바람 불러들이며

청 보리 꺼끌꺼끌하게 익어 가는 소리

 

뒷산 뻐꾸기 한낮 둥글게 말아가며

어지럽게 우는소리에

적막한 가슴 졸이며 유월의 들녘에 서면,

 

모두의 생명에

훈훈한 성장을 보태고 있다는

싱싱한 유월의 소리,

 

그 유월의 소리에 나무랄 데 없이

겸손해 지고 있다는

 

우리, 세월의 귀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