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삼월이 사월에게
시인묵객
2009. 4. 1. 09:41
삼월이 사월에게 / 현당 김쌍 주
파란 보랏빛 얼굴로 사월이 오고 있네.
삼월의 단꿈도 모호한 봄 안개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가는군.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사라지는가 보네
삼월은 사월을 그리며 큰 웃음을 웃고 있지만
한번 가버린 세월은 앙금처럼 가라앉아
이제 그 슬픔이 하늘까지 닿았나 보네
밖에는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군.
갈려거든 부디 잘 가다오
가는 길에 하늘에다 제 이름이나 쓰고
다시 또 되돌아오리라는 꿈,
이 밤 깊어가는 어둠 위에 자네의 뒷모습일랑
모두 자취 없이 사라지듯 지우고
빈들에 피어오르는 나른한 저 아지랑이나 불러다주고
그래도 아쉽거든 그림자만이라도 남아
남은 시간 상춘이라도 즐기다 가다오
그땐 슬프고 서러운 인간에의 꿈도 함께 가져가다오
결코 기다리지 않을 테니 돌아보지 말고
이제는 눈 딱 감고 하늘이 주신 사월에게 맡기고 편히 가다오
나 또한 예정대로 그 길에 들어서서
때가 되면 저 세상의 한편으로 돌아 갈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