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목
시인묵객
2009. 2. 23. 09:42
유 목 / 도 종 환
우리의 삶은 지금도 유목인건 아닐까
처음엔 고독한 산책인줄 알았는데
유목의 피가 우리를 불러내고 있는지 몰라
정착할 곳을 찾았을 때는 오래 머물리라 했는데
오늘도 또 떠나고 있잖아
새로운 영토를 찾아
두려움 속에 함께 있는 새로움을 찾아
낯선 길과 풀 향기가 부르는 위험한 경로를 따라
어떤 날은 정벌하고 어떤 날은 투항하면서
떠나는 일을 되풀이하는 걸 보면
아직도 우리의 삶은 유목인지 몰라
내일은 반드시 단출한 짐을 꾸리리라
가장 간편한 걸음으로 떠날 수 있는 날을 헤아려보고
천막 안에 누워서도 오늘 본 목초지가 떠오르고
덜컹거리는 수레 한 구석에 실려
자유의 광활한 고개를 넘는 꿈을 꾸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