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한사람을 사랑했네

시인묵객 2008. 11. 29. 15:47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  이 정 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한사람을 사랑했네 2  /  이 정 하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강물이 흐르고 있지만 내 발목을 적시던
그때의 물이 아니듯, 바람이 줄곧 불고 있지만
내 옷깃을 그치던 그때의 바람이 아니듯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네가 내 앞에 서 있지만
그때의 너는 이미 아니다.
 

내 가슴을 적시던 너는 없다.
네가 보는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때의 너와 난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한번 떠난 것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아,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그 부질없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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