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눈의 마을로 가는 마음

시인묵객 2013. 2. 6. 19:30

 

 

 

 


눈의 마을로 가는 마음  / 이 효 녕 


 

 

늘에서 떠돌던
그리움이 쏟아지듯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날
사랑의 추억이 더 아름다워집니다
 
내가 사랑할 때는 침묵하고
내가 사랑할 때는 행복해 하며
기쁨을 섬세하게 가슴에 채우는 것은
눈 내리는 날 사랑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도 많이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 만나 눈길을 걸으면
고요해진 마음이 더 따뜻해집니다 

하얀 눈처럼 순결한 사랑
내 기쁨의 원천이 되어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한 뒤
그리운 이들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목숨까지 눈이 닿기 전 
손에 떨어진 눈으로 가슴 씻습니다 
아직 남은 죄업(罪業) 서로 나눌 사랑
운명 없이 이루지 못함을 압니다
 
눈 시린 소금밭에 부는 겨울 바람
그 사이 설화(雪花)의 송이 흩날릴 때 
더욱 눈부시게 보이는 사랑
눈 내리는 마을은 충만한 가슴입니다 

바람이 종을 치는 나무 곁을 지나
바닥까지 덮은 세상을 흐르는 
가슴도 벗은 새하얀 강
속살 드러낸 맨몸을 눈송이가 스칩니다
 
차갑고 뜨거운 눈발
내 안에서 아직 못 채운 사랑의 갈망
내 생명의 한 가운데 자리를 정해 주기에 
눈길을 걸어 마음의 마을로 찾아듭니다

하나 같이 싱그러운 축복이 넘치는 날    
불러줄 이름 없이 남긴 사랑
서로의 입술을 맞대는 일이라니
모처럼 눈부신 그리움 발끝에 내립니다
 
눈이 내릴수록 진실로 이어지는 수묵화 속
아무리 찾아보아도 허공이지만  
추운 몸으로 눈의 마을로 가는 마음 
오늘은 하얗게 드러눕는 눈송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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