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람

시인묵객 2012. 9. 27. 19:30

 

 

 

 

바 람 / 박 용 주

 

 

흐느끼듯 자지러지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저 바람은

누구의 슬픔 입니까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쓸쓸한 이 바닷가까지

한달음에 휩쓰는 저 바람은

무엇을 슬퍼해서 입니까

 

창문을 두들기고 마른 나뭇가지를 울리고도

이 좁은 뜰을 떠나지 않고 머무름은

누구를 기다려서 입니까

 

불꽃으로 타오르는 뜨거운 가슴을 눌러두고

천지간을 휑하니 맴돌다

이 밤 내게와 머무는 바람은

누구의 슬픈 혼입니까

 

무슨 곡절이 있기에 가슴에 칼을 품고

울부짖는 바람으로 떠돌아

쓸쓸한 이 바닷가에서

목 놓아 우는 것입니까

 

밤은 깊고 어두운데

울 옆에 숨죽여 머무는 바람은

누구기에 이 밤 홀로 슬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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