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 / 김 경
그대여,
이곳에서는 이별을 말하지 말라
우리가 오고가던 길 환하고 끝이 없는데
저렇게 반짝거리는데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가 지나가며
철새들의 날개 죽지에 암각화를 긋는 가을 날
이별이거나 해후거나
플랫폼까지 들어와 핀 산국들 흔들어 놓고
어디쯤 울며 가는 무정한 기적소리
사람아, 사람아
백년쯤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기차가 오는 쪽으로 기운 측백나무 몇 그루
옛 동무로 다가와 팔짱을
걸어주는 간이역
겹겹으로 멀어진 얼굴이 문득 떠올라
내내 그립고 그리워
아직 보내지 못한 내 사랑도
까마득하게 떠나가는 구나
다만 저물 무렵이면
저녁이 별에게로
가는 길을 밝혀 든 간이역에서
곳곳이 어귀이며
출구인 간이역에서
이별을 말하지 말라
사람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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