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간이역에서

시인묵객 2011. 10. 12. 17:30

 

 

 

 

 

 

 

간이역에서 / 김 경

 

 

 

 

 

 

그대여,

 

이곳에서는 이별을 말하지 말라

 

 

우리가 오고가던 길 환하고 끝이 없는데

 

저렇게 반짝거리는데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가 지나가며

 

철새들의 날개 죽지에 암각화를 긋는 가을 날

 

 

이별이거나 해후거나

 

플랫폼까지 들어와 핀 산국들 흔들어 놓고

 

어디쯤 울며 가는 무정한 기적소리

 

 

사람아, 사람아

 

백년쯤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기차가 오는 쪽으로 기운 측백나무 몇 그루

 

옛 동무로 다가와 팔짱을

 

걸어주는 간이역

 

 

겹겹으로 멀어진 얼굴이 문득 떠올라

 

내내 그립고 그리워

 

아직 보내지 못한 내 사랑도

 

까마득하게 떠나가는 구나

 

 

 

다만 저물 무렵이면

 

저녁이 별에게로

가는 길을 밝혀 든 간이역에서

 

 

곳곳이 어귀이며

 

출구인 간이역에서

 

이별을 말하지 말라

 

 

사람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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