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과 꽃이 피면 / 박 해 옥
다시 그리워해선 안 되잖아요
눈물 없이 울어야 하니까요
울다가 더 울다가는 눈뜨고는 못 살아
가둬둔 그만치만 그리려는데
캄캄 천지 와르르 무너지든 그 봄날
꽃처럼 죽고 싶다던 사람 꽃으로 죽었는데
이제 다시 아파한들 뭔 소용이라고
헛소리 진 소리 또 하나 몰라요
어스름 뜨락에 바람 같은 사람이여
이 그리움 참말 속도 얕아서
꽃 몇 송이 피었다고 죽게 보고 싶으니
봄엘랑 한고랑 마음도 침범하지 말아요
버려졌다 하기엔 너무 억지고
남겨져 숨 쉬는 것도 죄만스런데
꼬옷 꼬옷
낡은 액자 속에서 하얗게 웃지 마요
꽃 사과 꽃폈다고
그리 웃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