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들국화

시인묵객 2009. 9. 30. 15:44


 

 

 

 

 

 

 

들국화   / 노 천 명

 

 

 

들녘 비탈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틈에서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히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옮겨 놓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생기 나날이 잃어지고

웃음 거둔 네 얼굴은 수그러져

빛나던 모양은 한잎 두잎 병들어갔다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칠은 들녘 정든 흙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이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 주러 나왔다

 

들국화여!

 

저기 너의 푸른 천정이 있다

여기 너의 포근한 갈꽃 방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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