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들꽃

시인묵객 2009. 9. 3. 09:36


 

 

 

 

 

 

들 꽃     / 구 광 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 사노니 내 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 듯 어떠랴

 

주인이 없어 좋아라

주인이 없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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