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월에 쓰는 편지

시인묵객 2009. 6. 24. 23:14


 

 

 

 

 


유월에 쓰는 편지         /        허 후 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 망  (0) 2009.06.26
6 월  (0) 2009.06.25
유월의 향기  (0) 2009.06.23
6월의 장미  (0) 2009.06.22
그녀에게 보내는 유월 아침  (0) 200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