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편지를 쓰고 싶은 날

시인묵객 2009. 5. 29. 08:57


 

 

 

 

 

 

편지를 쓰고 싶은 날  /  이 지 현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메마른 갈비뼈 사이 바람소리로
갇혀있던 그 말을 조심스레 꺼내어
편지를 띄우고 싶은 날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쓰고 싶다.

 

마음을 툭 털어
바다 한 켠 떼어낸 푸르디 푸른 그리움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우리 삶은
아득한 저음의 통곡소리처럼 외로운 것.

아무도 오가지 않는 뒷골목에서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처럼 서러운 것.

 

한번은 푸른 기억의 끝을 동여맨
긴 편지를 부칠 것이다.

 

어깨 너머 긴 휘파람 소리가 스쳐 지나면
한번쯤 붐비는 거리에 서서
누군가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라.

 

편지를 펼치면 푸른 바다가 출렁
추억으로 흔들릴 것이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의 시  (0) 2009.06.01
따뜻한 안부  (0) 2009.05.30
오월 이토록 푸른 하늘아래서  (0) 2009.05.28
오월에 지피는 그리움  (0) 2009.05.26
푸른 오월  (0) 2009.05.25